일본에 가면 무인양품(無印良品)이란 팻말을 자주 볼 수 있다. 브랜드는 없지만 품질은 좋은 상품이란 말이다.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이 자주 찾는다. 세상의 모든 상품은 그런 속성을 갖고 있다. 지하도에서 단 돈 몇 만원에 살 수 있는 가방도 백화점에 가면 100만원 넘게 주어야 살 수 있다. 브랜드 때문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시간 강사는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봐야 기십 만원 정도의 강사료를 받고 그나마 짤릴까봐 눈치를 살핀다. 유명강사는 시간당 기백만원의 강사료를 받는다. 그래도 시간이 맞지 않는다, 거리가 멀다 하면서 큰소리를 친다. 정말 사는 게 천차만별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삶의 질은 천지 차이다.
어떤 사람은 구조조정 얘기만 나오면 오금이 저리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그만 둘까봐 회사가 전전긍긍한다. 도대체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개인의 역량 차이 때문이다. 조직에서의 성과 때문이다. 그 사람의 기여도가 누적된 결과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없으면 그 조직이 휘청거린다. 어떤 사람은 사라져주는 것 자체가 조직에 도움이 된다.
브랜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가격이 다르다.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성과가 축적되어 브랜드가 되는데 핵심은 경력관리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경력관리에 목숨을 건다. 사람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것도 대기업의 브랜드 덕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경력관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시대가 변했다. 평생직장 개념은 무너졌다. 대기업도 안정된 직장이 아니다. 누구나 몇 번씩 직장을 옮기고 두 세 개의 직업을 갖는 시대가 왔다. 직장보다 중요한 것이 내 직업이고 경력이다. 뚜렷한 전문성이 없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그래서 늘 경력이란 단어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경력관리는 생존의 문제다. 지금 비록 힘들더라도 여기서 뭔가 배우고 익혀 수년 후 이 방면의 고수가 될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 반대로 지금은 편하고 월급도 많지만 배울 게 별로 없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면 미래의 내 모습은 매우 불안정할 것이다. 우선 지금 하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 흔히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고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일 저 일 하다 보면 서서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전제조건은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기회는 찾아온다. 무슨 일을 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얼마나 비범하게 하느냐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쉽게 포기하는 일은 위험하다. 잘못하면 평생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세월을 보낼 수 있다. 천직이란 세월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너무 멀리서 맞는 일을 찾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나만의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그 무엇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재능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이력서를 매년 써보아야 한다. 일류대학을 나와 10년이 지나도 경력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쓸 거리가 없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경력에 신경을 쓰고 관리하면 몇 장으로도 부족하다. 최고의 자기소개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이다. 이런 식이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조각도 잘 한다. 기중기도 설계했다. 인체 해부도도 잘 그린다….” 45세에 구조조정 당하는 것을 목표로 사는 사람은 없다. 구조조정은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많다거나, 조직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구조조정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 현재 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짚고 넘어가 볼 문제다.
경력관리는 철저히 개인의 책임이다. 어느 누구도 이를 대신할 수 없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고 시장함이 밥맛이다. 무언가 배우겠다고 결심하면 사소한 것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런 의욕이 없다면 중원의 고수가 나타나도 배울 수 없다. 그런 목마름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회사에 국가에 이를 위임하고 있다. 비전이 없다고 불평하고, 왜 공부를 시켜주지 않느냐고 따진다. 비전이 없으면 나오면 되고,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뜻이 있으면 길은 있다. 할 의향이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경력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혹시 학교 졸업 후 책 한 번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 밥값은 하고 있는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는가? 내 일을 대신할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현재 내가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가? 내가 회사 신세를 지고 있는가, 아니면 회사가 내 신세를 지고 있는가? 고객들은 나를 보고 오는가 아니면 회사를 보고 오는가?” 늘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지금은 일자리가 부족해 회사가 甲이고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乙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삼고초려를 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가지 않는다. 확실한 주특기만이 미래의 생존을 보장한다. 우리는 개인브랜드 관리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한근태 대표 kthan@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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