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얻은 여름 휴가기간에 두 아들과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첫째는 그저 시간이 남으면 컴퓨터를 켜고 일본 애니매이션을 보고 싶어하고, 둘째는 그냥 만화책만 보거나, 아니면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보내면 그저 조용하게 만족해 하는 것을 내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더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면서 보내는 것을 보기에 아빠의 마음이 너무나도 안타깝기만 하다.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재촉을 해서 3부자가 마음을 맞추어 63빌딩의 수족관을 구경하기로 동의했다. 사실 63빌딩으로 오늘 아침의 행선지가 정해진 데에는 다른 이유는 없었다. 둘째의 요구이기도 했거니와, 오늘에서 안 사실인데 월요일에는 왠만한 박물관, 공원 할 것없이 모든 공공 전시장소가 공식적인 휴일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상업적인 목적의 개인 시설을 재외하고는 월요일에 문을 여는 곳이 없었다.
어른 1장, 청소년 1장 그리고 초등학생 1장의 표를 사는데 39000원을 주었다.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내용을 보니 그만 그만한 수족관 전시물이었다. 항상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돈을 내고 너무 적은 것을 볼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아침의 수족관 관람은 성공적이었고, 다들 만족했다. 오히려 수족관 관람이 끝나고, 63빌딩 구내의 식당에서 산 햄버거에 더 만족해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짧은 기간동안의 관람이었지만, 그래도 초등학생, 중학생에게는 조금이나마 안목을 넓힐 수 있는 희미한 기억으로라도 남기를 바랄 뿐이다.
그때까지도 오후의 일정은 단지 민속박물관(유일하게 월요일에 개장을 하는 곳)으로 갈 것이라는 막연한 일정을 가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인터넷 서핑을 했다. 전에 경복궁과 더불어 민속박물관에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전쟁기념관등의 다른 박물관에 가 보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망설여 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소래 포구 및 갯벌 체험관은 바로 구미를 당기게 했다. 역시 이런 결정에는 여러가지 출발에 이르기에는 여러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 첫째는 첫째놈이 개펄에 들어가기 싫다는 것이었고, 둘째 이유는 결정적으로, 소래 포구 염전 및 갯벌 체험관이 또 월요일에는 휴관을 한다는 이유였다.
할 수 없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그냥 첫째는 집에 두고 둘째하고 양재천에 산책을 가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강아지의 산책을 겸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양재천에 잘 도착해서 자전거 산책로로 내려오는 램프에 이르러서 윤보는 혼자서 재미있게 잘 내려갔고, 그 재미를 다시 해 보려고 혼자서 킥보드를 끌고 다시 램프를 거슬러 올라가서 내려오는 길에 앞에 있는 자전거를 피하려고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그만 중심이 흔들려서 넘어졌다. 크게 넘어진 것은 아니어서 얼른 일어나라고 멀리서 말해주었는데 보니까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윤보는 큰소리로 "아빠 머리에서 피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황급히 가 보니 이마 윗쪽에서 피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그냥 반바지에 운동복 차림으로 나왔기 때문에 주머니에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얼른 편하게 안아 주고 원보에게 연락해서 상비약을 들고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 휴지라도 달라고 하고 바로 119에 연락을 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실제보다 정말 느리게 느껴졌고, 원보에게 강아지와 킥보드를 맏기고 윤보하고 바로 삼성의료원 응급실로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벌써 이 응급실에는 여러번 온 기억이 있다. 다른 응급환자에 비하면 윤보의 상태는 미약하지만 마음을 급했고, 그런 마음대로 순서가 와 주지는 않았다. 윤보는 응급실 담당의사에 의해 4바늘의 수술을 시행했고, 난 떨고 있는 윤보의 손을 잡고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한시간 가량 있었지만 수술하는 시간은 길어야 약 10분 정도였는데 수술이 끝날 무렵에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다리에 힘이 빠지고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윤보에게 내색을 할 수가 없어서 수술대에 어리를 손으로 받치고 기대려니까 윤보가 내 머리를 애써 들어 올리려고 한다. 윤보는 나만 믿고 있는데...
마취가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을 시작해서 그랬는지 한 땀 한 땀 바늘이 윤보의 이마를 들어갈때면 윤보의 긴장된 몸이 아픈 것을 참으려고 온 몸에 힘을 주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느껴지는데 아빠로써 무슨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마음이 정말 무어라고 표현할 길이 없다.
한 땀만 뜨면 되겠다 싶은데 4바늘이나 꿔매는 것을 보면서 의사 놈이 미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술을 잘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지만, 좀 덜 아프게 더 잘 할 수 도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이제 집으로 잘 데리고 왔다. 오는 길에 약속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듬뿍 사 주었다.
집에 와서 맛있게 먹으라고..
댓글 없음:
댓글 쓰기